본문 바로가기
세계최초/과학기술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

by Mandoo4ea 2025. 7. 10.
728x90
반응형
SMALL

 

 

질병 유전자를 고친 첫 번째 성공은?

오늘날 우리는 ‘유전자 가위’, ‘맞춤형 항암치료’와 같은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합니다. 질병의 근원인 유전자를 직접 수정하여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은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이는 인류가 감히 상상만 하던 꿈의 영역이었습니다. 이 꿈을 현실로 만든 극적인 첫걸음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바로 1990년, 한 어린 소녀의 생명을 구한 인류 최초의 유전자 치료 성공이 그 위대한 서막을 열었습니다.

배경: ‘버블 보이’의 비극과 유전병의 한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가 등장하기 전, 특정 유전자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유전병은 평생 짊어져야 할 운명이자 굴레였습니다.

특히 ‘중증복합면역결핍증(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SCID)’은 태어날 때부터 면역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가벼운 감기 바이러스에도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치명적인 질환이었습니다. 이 병을 앓는 아이들은 외부의 모든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격리된 ‘버블(bubble)’ 속에서 살아야 했기에 ‘버블 보이’라고 불렸습니다.

당시 유일한 희망은 골수 이식이었지만, 조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거부 반응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습니다. 효소를 직접 주입하는 ‘효소 대체 요법(ERT)’도 있었지만, 이는 평생 동안 주기적으로 고통스러운 주사를 맞아야 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인 ‘고장 난 유전자’를 그대로 둔 채로는 완전한 치료를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과학계와 의료계는 이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 즉 질병의 뿌리인 유전자에 직접 개입하는 치료법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발명/탄생 과정: 작은 영웅과 집념의 과학자가 만든 기적

주요 인물과 집념의 과정

이 위대한 도전에 앞장선 이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윌리엄 프렌치 앤더슨(William French Anderson) 박사였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믿고 연구에 매진해 온 선구자였습니다. 그의 집념 어린 연구는 ‘아데노신 데아미나제(Adenosine Deaminase, ADA)’라는 특정 효소의 결핍이 SCID를 유발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의 가설은 명확했습니다. 환자의 세포에 정상적인 ADA 유전자를 넣어주면, 세포가 스스로 효소를 만들어내 면역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핵심 원리와 기술적 돌파구

앤더슨 박사팀의 핵심 기술은 ‘레트로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러스는 본래 세포에 침투해 자신의 유전 정보를 주입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역이용했습니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유전자는 모두 제거한 레트로바이러스의 껍데기에 치료제 역할을 할 정상 ADA 유전자를 실어 나르는 ‘유전자 운반체(벡터)’로 재설계한 것입니다. 이 ‘착한 바이러스’는 환자의 세포 속으로 정상 유전자를 안전하게 배달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역사적인 첫 시술

기나긴 연구와 엄격한 심사 끝에, 1990년 9월 14일, 인류 역사를 바꿀 첫 유전자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치료의 주인공은 ADA 결핍성 SCID를 앓던 네 살 소녀, 아샨티 드실바(Ashanti DeSilva)였습니다.

시술 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의료진은 먼저 아샨티의 몸에서 혈액을 채취하여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림프구)를 분리했습니다.
  2. 분리된 T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면서, 정상 ADA 유전자를 탑재한 레트로바이러스 벡터에 감염시켰습니다.
  3. 정상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T세포의 DNA에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한 후, 이 ‘유전적으로 교정된’ 세포를 수십억 개로 증식시켰습니다.
  4. 마지막으로, 이 세포들을 다시 아샨티의 정맥에 주사하여 몸속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아샨티의 몸속으로 돌아간 T세포들은 ADA 효소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면역 수치는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확산과 영향: 희망의 씨앗,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아샨티의 성공적인 치료 소식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유전병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닐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자, 유전자 치료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아샨티처럼 면역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유전자를 교정한 뒤 다시 주입하는 ‘생체 외(ex vivo)’ 방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후 연구가 발전하며, 치료 유전자를 담은 벡터를 직접 인체에 주입하는 ‘생체 내(in vivo)’ 방식으로 기술이 확장되었습니다.

이 최초의 성공은 인류의 삶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 의학의 패러다임 전환: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던 기존 치료에서, 질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의학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새로운 치료 기술의 개발: 아샨티의 사례는 이후 CAR-T 항암 치료,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그리고 최근 각광받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후속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 생명 윤리 논의의 시작: 동시에 유전자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며,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아샨티 드실바는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유지했고, 평범한 학생으로 성장하여 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유전자 치료의 살아있는 희망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결론: 하나의 기록을 넘어, 미래 의학의 문을 연 열쇠

1990년 9월 14일의 성공은 단순히 ‘세계 최초’라는 기록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유전이라는 운명의 굴레에 갇혀 있던 인류에게 스스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열쇠를 쥐여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한 이 위대한 첫걸음은 오늘날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는 거대한 등불이 되어,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향한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