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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세계 최초의 해킹

by Mandoo4ea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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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의 첫 번째 무단 침입 사건은?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이 모든 행위의 이면에는 '보안'이라는 거대한 벽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벽을 허물려는 시도, 즉 '해킹'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랜섬웨어나 데이터 유출의 시초는 파괴적인 목적이 아닌,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장난'과 같았습니다. 바로 1971년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크리퍼(Creeper)'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세상의 문을 처음으로 무단으로 열어젖힌, 세계 최초의 해킹 사건입니다.

배경: 인터넷의 여명기, 순수했던 네트워크 '아파넷'

'크리퍼'를 이해하려면 1970년대 초반의 컴퓨터 환경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당시에는 개인용 컴퓨터(PC)는 존재하지 않았고, 대학이나 연구소의 거대한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전부였습니다. 이 컴퓨터들을 연결하던 원시적인 네트워크가 바로 인터넷의 전신인 '아파넷(ARPANET)'이었습니다. 미 국방성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아파넷은 연구자들 간의 정보 공유를 위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순수한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아파넷을 사용하던 연구자들은 서로를 신뢰했고, '외부 침입'이나 '데이터 파괴'와 같은 악의적인 행위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시스템에는 별다른 보안 장치가 없었고, 네트워크는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순수하고 무방비한 디지털 초원에서 최초의 '침입자'가 태어날 환경이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발명/탄생 과정: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최초의 자기 복제 프로그램

1. 주요 인물과 탄생의 순간

세계 최초의 해킹, 즉 '크리퍼' 프로그램은 1971년, 미국 BBN 테크놀로지스(BBN Technologies)의 연구원이었던 밥 토머스(Bob Thomas)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그는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스스로 이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을 품었습니다. 파괴나 정보 탈취가 목적이 아니었던 그는, TENEX 운영체제를 사용하던 DEC PDP-10 컴퓨터 사이를 아파넷을 통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했습니다.

2. 작동 원리

크리퍼는 현대의 바이러스처럼 파일을 감염시키거나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파넷에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스스로를 복제하여 이동하는 기능만 가졌습니다.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이동한 후에는 이전 컴퓨터의 크리퍼는 사라졌기 때문에, '벌레(worm)'처럼 네트워크를 기어 다니는 형태에 가까웠습니다. 크리퍼가 컴퓨터에 침투하면 단 한 가지 흔적을 남겼는데, 바로 "I'M THE CREEPER. CATCH ME IF YOU CAN!" (나는 크리퍼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는 메시지를 화면에 출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도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메시지는 역사상 첫 디지털 침입자의 출사표였습니다.

확산과 영향: 최초의 바이러스와 최초의 백신의 탄생

크리퍼는 악의가 없었기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허가 없이 시스템에 침투하여 메시지를 남기는 현상은 일부 연구자들에게 성가신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또 다른 '최초'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밥 토머스의 동료이자 이메일(E-mail)의 창시자로도 유명한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은 이 성가신 크리퍼를 잡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는 크리퍼와 유사하게 아파넷을 돌아다니며 크리퍼를 찾아내고, 발견 즉시 삭제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리퍼(Reaper)', 즉 '수확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크리퍼를 거두어들인다는 의미였죠.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안티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의 탄생입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최초의 바이러스가 등장하자마자 이를 막기 위한 최초의 백신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컴퓨터 보안의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크리퍼와 리퍼의 등장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스템은 언제든 외부의 침입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었고, 이후 컴퓨터 보안이라는 거대한 산업과 학문 분야가 발전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결론: 순수한 호기심이 연 판도라의 상자

크리퍼는 단순한 장난이나 실험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는 인류의 디지털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프로그램이 네트워크를 통해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첫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디지털 세상에도 '무단 침입'이라는 개념이 존재함을 알린,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건과도 같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 방화벽, 그리고 수많은 정보 보안 기술들은 모두 50여 년 전,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고 외치던 이 작은 프로그램, '크리퍼'에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 최초의 해킹은 그렇게, 파괴가 아닌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우리에게 '보안'의 중요성이라는 영원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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