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사고판 첫 번째 상품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우리는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의 물건을 사고, 다음 날 새벽이면 문 앞에서 받아보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즉 전자상거래는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디지털 시장의 첫걸음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인터넷에서 '공식적으로' 돈을 주고받으며 거래된 첫 번째 상품은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바로 영국의 유명 뮤지션 스팅(Sting)의 앨범 CD였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장난처럼 시도했던 '불온한' 거래가 그 시작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배경: 전화선과 게시판, 원시적 전자상거래의 시대
1994년, 스팅의 CD가 거래되기 이전에도 전자적인 방식의 거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기업들은 '전자 데이터 교환(EDI)'이라는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주문서나 송장을 주고받았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미니텔(Minitel)'이라는 PC 통신과 유사한 서비스를 통해 기차표를 예매하거나 상품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가 참여할 수 없는 제한된 통신망이었습니다.
1980년대를 지나며 월드와이드웹(WWW)이 등장하기 전, 인터넷은 주로 텍스트 기반의 게시판 시스템(BBS)과 유즈넷(Usenet)이 주를 이뤘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 물건을 판다는 글을 올리고,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뒤, 결국에는 수표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만나서 거래를 마무리했습니다. 즉, '온라인'은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광고판 역할에 그쳤을 뿐, 결제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형태의 이커머스는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이커머스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열린 네트워크'에서 '안전한 결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술적 필요성이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발명/탄생 과정: 장난스러운 거래에서 안전한 결제 시스템의 탄생까지
1. '진짜' 세계 최초의 이커머스: 스탠퍼드와 MIT 학생들의 은밀한 거래 (1972년)
역사상 가장 첫 번째 이커머스 거래로 꼽히는 사건은 다소 불온한(?) 일화입니다. 1972년, 스탠퍼드 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소의 학생들과 MIT의 학생들이 인터넷의 전신인 아파넷(ARPANET) 계정을 이용해 마리화나(대마초)를 거래한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직접 마리화나를 네트워크로 전송한 것은 아니고,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데 아파넷을 '거래 중개'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돈이 오가는 공식적인 상거래는 아니었지만,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해 상품 거래를 중개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2. 공식적인 첫 거래와 핵심 인물: 넷마켓과 스팅 CD (1994년 8월 11일)
시간이 흘러 1994년, 21살의 청년 창업가 댄 콘(Dan Kohn)은 '넷마켓(NetMarket)'이라는 웹사이트를 열었습니다. 그는 평범한 웹 브라우저에서도 누구나 안전하게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했습니다. 당시 널리 쓰이던 PGP(Pretty Good Privacy)라는 데이터 암호화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가 인터넷 망을 통해 전송될 때 해커가 훔쳐볼 수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보안 프로토콜(SSL, HTTPS)의 원시적인 형태였습니다.
넷마켓의 첫 번째 고객은 댄 콘의 친구인 필 브랜든버거(Phil Brandenberger)였습니다. 1994년 8월 11일, 그는 넷마켓에 접속하여 스팅의 앨범 'Ten Summoner's Tales' CD를 12.48달러(배송비 포함)에 주문하고,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이 거래는 암호화 기술을 통해 보호된, 역사상 최초의 안전한 온라인 소매 거래로 공식 기록되었습니다. CD 한 장이 팔린 작은 사건이었지만, 이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NSFNet 정책)가 깨지고 디지털 경제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탄이었습니다.
확산과 영향: 골리앗을 깨운 다윗의 돌멩이
스팅 CD 거래 성공 이후, 이커머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1995년, 우리가 잘 아는 아마존(Amazon)과 이베이(eBay)가 등장하며 온라인 서점과 경매 시장을 열었습니다. 피자헛은 이보다 앞서 '피자넷'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주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상점의 영업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최초'의 거래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방식을 바꾼 것을 넘어, 산업 지형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었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추천, 물류 및 재고 관리 시스템의 혁신, 그리고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같은 새로운 고용 형태를 낳았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파는 거대 기업이 된 아마존의 사례처럼, 이커머스는 작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거대한 골리앗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장을 제공했습니다.
결론: CD 한 장이 바꾼 세상의 풍경
1994년 8월 11일, 넷마켓에서 팔린 스팅의 CD 한 장은 단순한 음반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디지털과 상업의 만남을 공식적으로 증명하고, 이후 30년간 세상을 바꿔놓을 거대한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주문 완료' 버튼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아파넷에서 몰래 벌인 장난기 어린 거래에서 시작해, 안전한 결제 기술의 탄생으로 이어진 이커머스의 역사는, 인류의 삶의 풍경과 소비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꾼 위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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